해냈습니다. 꽉 막히는 교통을 뚫고 가망성이 없어보이던 일기예보도 꺾었습니다. 태양이 어두워지는 것을 보고 기온도 식는 것을 느꼈습니다. 개기일식을 관찰하는게 제 버킷리스트 목록 중의 꼽혔으니 성취할 수 있어서 매우 기쁩니다.
어두운 날씨
남부 온타리오의 날씨예보는 안 좋아보였습니다. 몬트리올로 올라가면 맑은 하늘을 볼거라고 나왔지만 온타리오호와 이리호의 주변은 어두워 보였습니다. 일식 당일 아침에는 짙은 구름이 껴있었습니다. 이 상황에서 유일한 빛 한 줄기는 오후 3시 무렵에 (개기일식 시작 살짝 이전) 남서쪽 온타리오에 하늘이 갤거라는 것이었습니다.
원래 계획은 캐나다에서 개기시간이 제일 긴 장소 중의 한 군데인 포트 콜본에 갈 거였습니다. 하지만 일기예보는 그 곳에 구름이 껴있을거라 예상했습니다. 즉, 하늘이 흐린 토론토에서 아침을 맞이했을 때 막바지에 목적지를 심코로 바꿨습니다.
다행이도 운이 따라줬습니다.
일식
20% 가려짐
부분일식은 약 동부 표준시 오후 2시에 시작됐습니다. 이 쯤에서 일식안경을 쓰고 보니 달이 슬슬 태양을 가리기 시작했습니다. 월식을 본 적이 있지만 그 먹히는 과정이 태양에게 벌어지는 것을 보는게 참 신기했습니다. 태양은 이 세상을 늘 비춰주는 고정적인 존재라고 생각하지만, 대낮에 사라지기 시작하니 현실같지 않았습니다.
안경 없이 주변을 봤다면 아무런 변화를 느끼지 못 했을 겁니다. 아직 태양은 어두워지지 않았습니다.
50% 가려짐
윗사진은 태양이 절반 이상 가려졌을 때 찍혔지만 절반 가려졌을 때랑 비슷했습니다. 반 정도 가려진 태양은 눈에 튀게 어두워졌었습니다. 대낮에 태양은 맑게 내리쬐고있는데 누군가가 하늘의 밝기를 낮췄다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밝기가 낮았어도 일몰과 일출의 붉은 색깔은 보이질 않았습니다.
80% 가려짐
태양의 상당수가 가려졌을 때 더 이상 햇빛의 따스함을 못 느꼈습니다. 공기가 차가워졌고 하늘은 짙은 파랑색이 됐습니다. 설명하기 어렵지만, 하늘의 색은 일출의 밝기에 가까웠는데 색깔은 여전히 대낮의 푸른 파랑새 이었습니다.
99% 가려짐
이제부터 가장재밌는 구간이 시작됩니다. 태양이 이만큼 가려지면 주변이 급속히 어두워집니다. 하늘은 딱 2에서 3분 사이에 짙은 대낮에서 노을처럼 변합니다.
개기
개기일식이 시작하면 맨눈으로 태양을 보는게 안전합니다. 아주 환상적인 현상이었습니다. 제가 찍은 사진들의 태양은 과도하게 노출됐지만 실제로 본 코로나는 선명하고 가늘었습니다. 태양 표면에 벌어지고있는 활동도 보였습니다.
개기일식에 찍은 사진들은 조금의 오해를 줍니다. 개기 동안의 하늘은 새까매지지 않습니다. 실제로는 어두운 일몰처럼 됩니다. 사진 속의 하늘은 더 멋지게 어둡게 나오지만 실물을 봐도 감동적입니다. 태양을 맨눈으로 쳐다볼 수 있는 시간이 이 순간이기 때문이니까요.
어두움의 찰나인 개기일식은 한순간 뿐입니다. 이번 일식 경우에는 개기시간이 3분 30초를 지나지 않았습니다. 어둠 속의 시간은 너무나 빨리 흘러갑니다. 어느 순간에는 사진을 찍을려고 허둥지둥 거리다가 다음 순간에는 햇빛이 다시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해가 보이기 시작하는 순간에 베일리의 구슬이 보였습니다. 개기가 끝나자마자 하늘을 뚫는 태양의 0.001% 의 복사가 안경을 안 쓰는 사람의 눈을 멀게 합니다. 태양의 엄청난 힘과 광력을 깨닳게 됩니다.
버킷리스트의 한 목록 달성
개기일식을 보기 위해 거친 스트레스와 과정이 헛되지 않았습니다. 진부하지만 정말로 평생 못 잊을 순간을 경험했습니다. 어두워지는 하늘, 떨어지는 기온, 그리고 태양을 바라볼 수 있던 가짜 일몰. 모두 다 신비했습니다. 토론토에서 목격된 부분일식을 보면 비교가 안 됩니다. 근처에 있거나 일식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는 100% 봐야할 현상입니다.
2022년말의 월식과 달리 이번에는 성능 좋은 카메라를 갖고있어서 정말 다행이었습니다. 이 일식이 사진술에 빠지게 될 계기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알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