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보니 여행 블로그를 많이 올렸네요. 세상을 더 보고싶어하는 제 소원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신호니까 좋으네요. 보너스로 이번 여행지는 이전에 가본 데가 아닙니다. 사실은 캘리포니아 혹은 미국 서부 해안을 관광한 적이 없으니까요. 이전에 가장 서쪽으로 가본 장소는 라스베가스지만 여전히 내륙이죠.
원래는 정치적인 문제로 인해 미국 여행은 한동안 안할 계획이었는데, 갑작스러운 행운 덕분에 이직하게 되었습니다. 첫 출근까지 약 한 달이나 남아있어서 놀러가기로 정했습니다.
프롤로그: 하와이
이번 캘리포니아 여행은 한국에서 시작된 더 큰 여행을 (이쯤이면 딴 데에 가야는데) 뒤잇었습니다. 이동경로는 한국 → 캘리포니아 → 캘거리 → 토론토였습니다. 캘리포니아로 가는 중에 하와이의 호놀루루에 잠시 경유했습니다.
호놀루루 공항내에 갖혀있었지만 게이트 찾으러 잠시 건물관 건물 사이로 걸어다니면서 바깥 공기를 쐴수 있었습니다. 2주간 끔찍한 한국여름을 겪다가 예상치 못한 시원한 공기를 맞아서 놀랐습니다. 하외이는 망망대해에 둘러싸여있고 바람이 계속 부니까 기후가 매우 안정적입니다. 사방이 바다임에도 불구하고 공기가 습하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이륙할 때 창밖을 내다봤더니 오아후 (호놀루루가 있는 섬)의 아름다운 모습이 보였습니다. 산과 구름의 만남, 그리고 푸른 바다가 해변에 거품을 만드는 풍경이 나왔습니다. 찐한 식물의 초록색과 밝은 태양의 조합이 섬을 낙원처럼 비춰줬지만, 고립된 섬 생활비가 무시무시하다는 것이 안타깝네요.
마지막으로 하와이에 (제대로 관광했던 때) 간지 벌써 10년이 넘었습니다. 이번에 공항에 짧게 있었던 시간이 언젠가는 다시 제대로 가고싶게 만들어줬습니다.

샌디에고
하와이에서 떠났던 비행기는 로스엔젤레스에 향했지만 진짜 목적지는 샌데이고였습니다. SD 까지 한방에 가는 것보다 LA 에 먼저 내려서 운전해가는 것이 더 저렴하고 쉽습니다. 새벽에 도착했으니 바로 호텔로 가서 한 숨 잤습니다. 다음 날, 단 2시간의 수면을 취한 상태에서 (몸은 멀쩡했지만), 맑은 하늘 밑에서 샌디에고로 향했습니다.

LA 에서 SD 까지의 운전은 경치가 매우 좋으니 느긋하게 하시는 것을 권합니다, 특히나 초반을요 (검은 점선 윗 부분). 초반의 대부분은 해안을 안고 가는 1번 고속도로에서 달립니다. 지나치는 수 많은 모래사장과 해안마을들에 질릴 수 있을 정도로 해안을 봅니다. 저는 내려가면서 크리스탈 코브 주립공원에 잠시 멈췄는데 그 외에도 정차할 수 있는 모래사장이 끝이 없습니다. 라구나 비치는 (마을 이름) 인기척을 원하면 방문하기 좋을 곳 같았습니다. 후반은 해안에서 좀 떨어진 인터스테이트 고속도로에 달리니까 볼 것이 적습니다.

샌디에고에서 짧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늦은 오후에 도착해서 2밤을 보냈고, 그 다음날 아침에 떠났습니다. 이로서 관광객들이 많이 몰리는 곳들에만 갔습니다.
- 샌디에고 항구
- 시간이 있었다면 USS 미드웨이 (항공모함)을 방문했었을 겁니다
- 바다사자와 물개가 있는 라호야 코브 (La Jolla Cove). 큰 새들도 있습니다
- 올드타운
- 발보아 (Balboa) 공원
- 여기에 시간을 많이 쓰는 것을 권합니다, 볼 것이 많습니다
- 토리파인즈 (Torrey Pines) 비치


샌디에고의 날씨에 당황했습니다. 땅을 달굽는 여름과 태양을 예상했는데 태양만 맞았습니다. 기온은 의외로 시원했고 밤이 되면 거의 서늘할 정도였습니다. 아마 주변의 태평양에서 한류가 흐르면서 습한 공기와 해풍을 가져다오고 있지않을까 싶습니다.
샌디에고에서 짧지만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치안이 좋고, 크기도 적당하고, 무엇보다 기후와 지리가 대단합니다. 개인적으로 관광해본 미국 도시들 중에서 가장 미국답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스페인과 멕시코풍이 건축물과 문화에 많이 드러납니다, 특히나 발보아 공원에서. 단점은 환율을 무시해도 물가와 생활비가 매우 높습니다.
샌프란시스코
샌디에고에서 샌프란시스코로 날아갔습니다. 처음은 운저해갈까 고려했는데 스케줄이 빠듯해서 10시간 운전을 하는 것은 말이 안 됬습니다. SF 에 있는 시간은 대부분 주변의 베이 에리어를 둘러보는 것이었고 도시 자체의 구경은 하루만 걸렸습니다. 지형만 비교해도 샌프란시스코는 샌디에고랑 큰 차이가 났습니다.
- 날씨가 더 시원합니다
- 산이 훨씬 많습니다
- 남부의 모래사장이 더 좋습니다
- 미기후 천지. 숲, 산 및 사막이 서로로 막 바뀝니다
- 안개 (현지인들은 칼 [Karl] 이라고 부르더라요)

SF 는 일반적인 북미 대도시 같았습니다: 고밀도 다운타운 구역과 그것을 감싸는 스프롤, 도시가 감당할 수 있는 수요를 초월하는 차량, 고생활비, 그리고 젠트리피케이션. 특이점들은 도시블록 사이에 있는 큰 고도 변화, 상당수의 건물들이 하얗고, 주차할 때 소지품을 반드시 빼야하고, 인도에 변이 있는지 주의해야 한다는 것 😄. 도시 자체는 그다지 특별하지 않았고 모든 특이점들은 지형에서 나온다고 봅니다. 작은 만, 넓은 바다과 산의 만남에서 독특한 환경과 기후가 발달했습니다.
가장 재밌었던 순간을 고른다면 아마 자동주행차 웨이모에 탑승한 것이었던 것 같습니다. 미래에 모든 자동차가 자동주행하고 택시같이 구성된 교통 시스템이 된다면 제법 사용할만할 것 같습니다.

베이 에리어
SF 투어가 끝난 뒤 주변의 베이 에리어로 이동했습니다.

윗사진은 오전에 산타크루즈 보드워크에서 약 1시간 반 간격을 두고 찍었습니다. 안개가 일상적이지만 태양의 열이 빨리 없에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지역은 빵 그릇에 클램 챠우더 수프가 잘 알려져있다고 합니다. 잠잠한 바다랑 새 소리를 듣고 즐기면서 한 끼 했습니다.

1번 고속도로 설계자들이 어떻게 도로를 지어야할지 제대로 연구해습니다. 빅서 (Big Sur) 로 운전해 가는 구간은 도저히 사진으로 담을 수 없는 경험입니다 (뭐, 제 수준에서는 말이죠), 안개가 뿌옇다해도. 친구랑 진지하게 인간이 왜 살아있지 않은 풍경에서 “아름다움"을 느끼는지 토론할 정도였습니다. 누구나 한 번은 봐야하는 험한 해안, 산과 계곡, 그리고 꾸부려진 도로와 무인 모래사장이 아울려져있는 아름다운 전망입니다.

마지막으로 방문한 목적지는 유명한 거대 세쿼이아 나무가 서식하는 뮤어 숲입니다. 이곳의 나무들은 인터넷 사진들만큼 거대하지 않지만 그래도 굉장히 큽니다. 약 100 미터나 오르는 숲산책로가 있지만 정상에서도 우듬지가 더 높습니다. 산책로 정상에서 수십 미터를 내려다보면 기둥같이 솟아오르는 나무 줄기만 보입니다. 신기하게도, 나무껍질이 다른 나무들과는 완전히 다르게 실이나 섬유질이 짜여서 만들어진 것처럼 보입니다.
에필로그: 캘거리

이번 여행의 마지막 목적지는 캐나다 캘거리에서 하룻밤이었습니다. 웃기게도 캘거리도 처음으로 가봤습니다. 국내여행 기록이 좀 부족한 것 같네요. 크고, 혼잡하고, 치안이 덜 좋은 SF 에 비해 좋은 전환이었습니다. 캘거리의 다운타운은 작고 딱 적합한 밀도인 것 같습니다. 지리 때문에 기후도 상당히 다르죠, 건조하고 하늘이 더 맑습니다. 또는, 캘거리는 캐나다 로키산맥과 평원 사이에 있습니다. 동쪽은 끝없는 초원과 밭이고, 서쪽으로 1시간만 운전하면 살기슭과 숲이 존재합니다. 더 오랫동안 캘거리에 지내며 주위를 탐험하는 것도 좋은 여행이 될 것 같습니다.
캐나다로 돌아오니 물가가 더 싸고 치안이 좋아진 덕에 마음이 놓였습니다. 캘리포니아에서 확실하게 느낀 것들입니다. 무려 1달 동안 여행하다보니 막판에 지치기 시작했습니다. 아마 처음으로 여행하면서 집에 돌아가서 침대에 눕고싶다고 느꼈습니다.
이런 긴 여행을 1년쯤마다 한 번씩 하는 삶을 따라보고 싶습니다. 다시 반복적이고 안정된 스케줄을 되찾아서 현재로서 좋지만 결국은 다시 지겨워질거니까요. 다시 기분이 그렇게 되면 어딘가 멀리 또 가고 싶습니다, 앨버타든 하와이든. 아니면 희망이었던 동남아나 오세아니아에 드디어 도전하던지요.
기대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