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쿠버 여행, 2024년 8월

서유기, 짝퉁이 판

스켄리 공원에서 보이는 다운타운 벤쿠버

몇 달 전의 뉴욕 여행같이 이번에는 벤쿠버에 놀러 갔다왔습니다.

벤쿠버를 제대로 가보지 않았기에 꽤 기대되는 여행이었습니다. 더 말하자면, 제대로 북미 서부를 둘러본 적이 없습니다. 즉, 이번 여행이 서부 여행의 계기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나중에 남쪽을 따라 미국 서부를 보거나 북쪽의 대자연을 탐험하는 것도 재밌겠습니다.

벤쿠버를 처음으로 제대로 관광해보니까 아주 간단한 계획을 짰습니다:

시간이 더 있었거나 다시 돌아갔다면 밴쿠버 섬에 가보고, 등산하고, 동쪽에 있는 버나비와 다른 구역들을 보겠죠.

첫날

공항에서 나가자마자 바로 바다의 영향을 느꼈습니다. 일기예보는 따뜻한 날씨를 예측했고 하늘엔 구름 한점도 안 보였지만 공기와 바람은 시원하고 습했습니다. 사방에서 바다 냄새가 났습니다. 또는 토론토에서 절대로 찾을 수 없는 산같은 지형이 있어서 낯설었습니다. 위에서 내려다본 토론토는 평평한 밭밖에 없지만 밴쿠버는 산과 숲밖에 없었습니다. 또는 공항간판에 영어와 불어 바로 옆에 한자가 적혀있는게 재밌었습니다.

하루가 시작되면서 여행 계획이 빨리 무너져버렸습니다. 원래 예정은 스탠리 파크에 산책하는 거였는데:

  1. 수족관에 시간을 너무 많이 보냈습니다
  2. 공원의 크기를 얕봤습니다

스탠리 파크를 본 것은 다운타운 밴쿠버에서 수족관까지 걸어가는 동안을 지나지 않습니다. 로스트 라군, 해안 방어벽, 그리고 숲의 일부를 봤습니다. 뉴욕의 센트랄 파크와는 느낌이 아주 달랐습니다. 센트랄 파크의 인공적이고 작은 (아이러닉하게도 이 공원도 매우 크다고 느꼈다고 예전에 말했지만) 느낌에 비해 스탠리 파크는 더 자연에 가깝고 천연 숲 같았습니다. 공원을 더 못 봤다는게 아쉽지만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다시 가게된다면 자전거를 빌리고 하루 정도의 시간을 탐험에 쓸 것 같습니다.

벤쿠버 수족관의 다양한 전시

벤쿠버 수족관은 이름을 훨씬 초월하는 전시장들이 있습니다. 수생 생물 외에 지구 역사에 등장했던 고생물 전시회, 몇개의 육상생테계 전시회, 작은 극장, 그리고 개방된 물깨, 수달 및 바다사자 전시회가 있습니다. 물을 통과해서 흐틀어진 빛을 너무 많이 봐서 그런지 눈이 약간 아팠지만 그래도 훌륭한 수족관이었습니다. 여기서도 하루를 쉽게 보낼 수 있겠습니다.

잉글리시 베이 비치의 일몰

해가 질 무렵에 다운타운 벤쿠버를 걸어다니면서 잉글리시 베이 비치로 갔습니다. 다운타운 벤쿠버는 미드타운 토론토같이 작은 가게들로 가득찼고 고층건물이 많지 않아서 분위기가 좋았습니다. 다운타운 토론토와 달리 혼잡하지 않아서 오히려 더 안락한 느낌을 받아서 좋았습니다.

해변에서 본 경치가 마음을 태평하게 만들어 줬습니다. 완벽한 노을에 딱 적당한 사람 숫자, 그리고 배경에 보이는 희한한 크루즈선과 화물함. 토론토에선 절대 볼 수 없었던 관경이었습니다.

둘째 날

캄 도 빵집

리치몬드-브리그하우스 역 바로 옆에 캄 도 빵집이 있습니다. 빵을 딱히 안 좋아하는 편인데 너무 맛있어서 언급해야 합니다.

그랜빌 섬

둘째 날은 그랜빌 섬에서 시작됐습니다. 아쿠아버스를 타서 섬으로 갔는데 예상했던 만큼보다 더 작아서 놀랐습니다. 지도에 봤을 때 물론 작아보였는데 직접 가서 둘러보니 섬이 굉장히 작게 느껴졌습니다. 관광객한테는 가볼만한 장소겠지만 개인적으로 그저그랬다고 생각했습니다.

오후엔 시버스 (SeaBus)에 탑승해서 북쪽 벤쿠버로 갔습니다. 지도상같은 도시인데 남쪽과는 분위기가 크게 달랐습니다. 북쪽 벤쿠버 주민들은 더 띄엄띄엄 살고 동네가 더 부유하게 보였습니다. 지리적으로 산기슭에 위치해있으니 더 북쪽으로 갈수록 산을 서서히 오르게 됩니다.

카필라노 강 연어 부화장 시설과 새끼 코호 연어

버스를 타서 카필라노 출렁다리 앞에서 내리고 클리브랜드 댐까지 가는 산길을 따라 걸었습니다. 출렁다리가 여행자에게 큰 함정이라고 들어서 일부러 피했습니다. 시버스에 탄 동안 옆에 앉아있던 분이 같은 말을 하는 걸 들어서 안 가기로 한것에 마음을 좀 놓았습니다. 댐으로 걷는 도중에 카필라노 연어 부화장에 멈췄습니다. 새끼 연어를 키우는 모습을 봤고 연어가 어떻게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는지도 보였습니다. 영상에 담지 못 했지만 말로 설명하자면 연어가 몸을 던져 강물을 뛰어 올라갑니다. 그런 고난스러원 시련을 통과해서 알을 낳고 바로 죽는다는 생명이 정말로 뛰어납니다.

클리브랜드 댐에서 보이는 경치와 미치는 산길

댐까지 오르는데 약간의 경사가 있지만 위에서 보이는 경치가 아주 좋습니다. 걸어왔던 강가가 밑에 다 보이고 북쪽에는 카필라노 호수가 펼처져있습니다. 산이 호수 뒤를 두르고 그라우스 산꼭대기까지 연결시켜주는 곤돌라가 보입니다. 여행계획 짜면서 등산할까 고민했지만 결국은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셋째 날

UBC 캠퍼스

마지막 날은 UBC 캠퍼스를 보는 거랑 해안가에 긴 산책을 하는거였습니다.

UBC 캠퍼스가 매우 좋다고 하도 많이 들어서 제 눈으로 직접 보기로 했습니다. 거짓말이 아니였습니다; 면적은 매우 넓고, 새롭운 (그리고 UofT 건물보다 훨씬 나은) 건물들로 가득했고, 자연환경과 잘 마춰져있었습니다. 또, 캠퍼스는 완전히 자급자족하니 이론상 생활의 모든 물건 문제를 캠퍼스 내에서 해결할 수 있습니다. 대학 가기 전에 여기를 방문했다면 아마 UBC로 가지않았을까 싶습니다.

캠퍼스를 둘러본 후, 대학교 북쪽 해안가를 따라 한참 산책을 했습니다. 날씨가 너무나 좋아서 걸으러 온게 아니고 직접 물에 뛰어들고 모래사장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에필로그

UBC 해변가의 경치

이 짧은 여행들은 짧으니까 항상 재밌습니다. 여행지를 대충 둘러볼 시간은 있으나 구서구석 탐험할 시간은 없으니 미래에 더 보러 오고싶어 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이번 벤쿠버 여행도 다름없습니다.

지리, 도시 크기, 음식과 문화, 그리고 할 것들, 벤쿠버는 토론토와 많이 다른 도시입니다. 해산물이 풍부하고 질이 더 높습니다. 바다랑 산덕에 할게 더 많습니다. 또, 미국 서부 도시들과 가까워서 부럽습니다. 토론토에서 떠나서 미국서부로 가는것보다 훨씬 수월하겠습니다.

거대한 지진이나 불가능한 집값이 아니었다면 여기에 사는 걸 선호했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