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한국 여행, 2023년 11월

3주간의 북반구 일주

런던과 한국의 합성 사진. 런던 사진에는 버키엄 궁전의 정문이 보인다. 한국 사진에는 북촌 한옥 마을을 내려다 본다

지난 한국 여행 블로그 제목에 “5월"을 붙인 이유가 있습니다. 당시에는 다시 여행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같은 해에 두 개의 여행기록이 있으면 재밌을 것 같아서 5월 여행과 ‘5월 이후의 달’의 여행기록을 구별할 수 있도록 공간을 뒀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거의 반년 후에 드디어 소원이 이뤄졌습니다. 솔직히 다시 한국으로 여행 갈 수 없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생활에 이런저런 사건들이 일어나면서 여행의 우선순위가 밀렸습니다. 마지막 순간에 일이 잘 풀리는 바람에 막바지에 비행기표를 끊었습니다. 말 그대로, 출국하기 24시간도 안 남아서 말이죠.

제목에 적힌듯이, 이번 여행은 두 개의 목적지가 있었습니다. 런던행 비행 외에는 다 환승이 있어서 북반구를 한 바퀴 돌았습니다. 제 생전 가장 야심적인 여행이었습니다. 그리고 또 제목에는 “11월 여행"이라고 적혀있지만 딱딱하게 말하자면 여행을 10월 말에 시작했습니다.

토론토에서 런던으로

토론토에서 런던행 직항 항로
비행시간: 7시간

런던

런던 여행 부분은 단 2박 3일로 매우 짧았습니다. 이미 계획없이 떠난 여행에 더욱더 계획없이 찍은 목적지라서 짧게 있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더 길게 여행 했으면 좋았겠지만 기본적인 것을 보기에는 두 밤도 적당했습니다.

작지만 일반적인 런던 호텔 방. 중간 크기 침대와 화장실, 그리고 탁자가 전부다
보이는 것과 화장실이 호텔 방의 전부였습니다

런던은 밀집된 대도시입니다. 사람과 가게가 넘쳐나며 대중교통 시설이 잘 개발 돼있고 물가는 비싸고 땅은 좁습니다.

아래가 런던 여행의 하이라이트입니다:

바깥에서 본 런던 로열 오페라 하우스
런던 로열 오페라 하우스

영국 생활비가 굉장히 높다고 느껐습니다. 썼던 돈을 캐나다화로 환금하면 외식조차도 부담감을 줄 수 있습니다. 대중교통비도 매우 높습니다, 있는 동안 £20를 썼는데 아래와 같이 행동하면서 돈을 다 썼습니다.

  1. 오이스터 카드를 구매했다 (런던 대중교통 카드)
  2. 히스로 공항에서 도심으로 지하철을 탔다
  3. 버스 한 번 탔고 지하철 한 번 더 탔다
  4. 지하철을 다시 타서 공항으로 갔다

공항에 다시 도착했을 때 카드 잔액이 마이너스였으니 실제 비용은 사실 이거보다 조금 더 높습니다. 뭘 사든간에 돈이 많이 들었고 애프터눈 티의 가겨은 생각만 해도 불편해집니다.

3장의 합성 사진. 왼쪽에서 오른쪽: 빅 벤, 소호 외곽의 시장, 차이나 타운

비싼 물가를 떠나서 런던에서 재미있게 놀다 떠났습니다. 런던은 밀집된 북미 도시 같지만 오랫동안 존재했으니 역사와 혼이 있다고 느낍니다. 나중에 다시 올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런던 날씨가 예상보다 추웠습니다. 영국 겨울은 따뜻하다고 듣고 최근에는 여름에 폭염이 자주 내리니까 일년 내내 따뜻할거라고 가정했습니다. 실제로는 그렇기는커녕 계속 잠바만 입고 다녔습니다. 이제 와서는 런던이 비교적으로 따뜻해졌습니다. 토론토와 서울은 거의 영하로 떨어졌는데 런던의 낮기온은 아직도 10도까지 올라갑니다.

런던에서 홍콩에서 인천으로

런던에서 홍콩행 항로, 그리고 홍콩에서 인천으로의 환승 항로
첫 번째 비행시간: 12시간. 두 번째 비행시간: 3시간

홍콩

또 우회하게 만들어줘서 고맙네, 러시아.

이걸로 홍콩 국제공항에 두 번 오게됐습니다. 몇 년전에도 경유했는데 그 때의 기억은 없어서 사실상 이번이 거의 처음입니다. 섬 여행이 아주 재밌을거라고 생각하는데 하지 못 해서 아쉽습니다.

3장의 합성 사진. 왼쪽에서 오른쪽: 홍콩 공항의 바깥 경치, 고든 램시 식당, 터미널의 사진

왜 단 2시간만 경유하고 떠난 공항에 대해서 얘기하냐고요? 저도 모릅니다. 공항 관강이 이상하게 재밌었습니다.

이 공항은 거대합니다. 자동길을 써도 터미널 한쪽 끝에서 반대쪽까지 걷는데 10분이 넘습니다. 터미널이 생전 처음 보는 가게들로 가득 차 있었고, 바깥은 탐험되기 기다리는 미지의 땅처럼 안개가 낀 이른 아침이었습니다.

맥도날드에 들려서 홍콩이나 아시아에만 찾을 수 있는 아이템을 주문했습니다: 모카 아이스 커피. 뒤돌아보면 한국에서 겪게 될 커피와의 만남의 전조였습니다. 맥도날드 음료수 치고 맛이 있었습니다.

저는 홍콩이 손꼽히는 여행지라고 봐서 언젠가는 제대로 여행하고 싶은 나라입니다.

한국

한국 일정은 5월 때랑 비슷했습니다. 대부분의 시간을 가족과 보냈고 남는 시간에는 도시 탐험을 했습니다.

11월 치고는 날씨가 아주 따뜻해서 겨울인지 봄인지 구별 못 할 정도였습니다. 세계적으로 기후변화의 영향이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첫 주에는 낮 기온이 15도를 넘으니 반팔을 입고 다녔습니다.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다 긴팔 아니면 얇은 잠바를 입고 다녔으니까 제가 눈에 띄었겠죠. 캐나다의 겨울 생활이 큰 영향을 미쳤나봐요.

이번이 생전 처음으로 11월에 한 여행입니다. 더 이상 학생이 아니니, 이론상 언제든지 자유롭게 여행 할 수 있게 됐습니다. 물론 사회생활 하면서 이런 거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별개의 문제죠.

한국에서 찍은 사진 모음. 명동, 알려진 빵집 앞의 거대한 고릴라 조각상, 길고양이, 대왕암공원, 북촌 한옥 마을
위에서 좌우로, 아래로: 명동, 빵집 앞의 거대 고릴라 조각상 (네 진짜로요), 길고양이, 동해의 대왕암공원, 북촌 한옥 마을

아래가 한국 여행의 하이라이트입니다.

커피?

외국에서 보면 한국이 참으로 커피에 중독된 나라입니다. 외국하고 정반대로 커피집은 넘쳐나고 버블티를 찾기 어렵습니다. 5분만 걸어도 카페를 10개나 지나칠 수 있다니 이해가 안 갑니다. 지도에 보면 제 숙소에서 반경 1 키로미터 내에 스타벅스가 20점이 있습니다.

20점. 1 킬로미터 반경 이내에. 게다가 다 일반 스타벅스도 아니고 몇몇은 특별한 리저브입니다. 토론토에는 스타벅스가 20점을 찾을라면 검색 반경을 5 킬로미터로 늘려야하고 알고 있던 유일한 리저브가 몇 개월전에 폐업했습니다. 서울의 “커피점 밀도"가 토론토보다 말도 안되는 25배나 더 높습니다.

이렇게 커피점이 넘쳐나니 저도 무릅꿇고 미친듯이 마셔보기로 했습니다. 가게가 워낙 많아서 경쟁이 치열해서 그런지 맛 없는 가게는 없었습니다. 거의 매일 스타벅스 한 잔 사마셨고 않았던 날에는 작은 가게에서 마셨습니다. 덕분에 콜드브루 커피를 좋아하게 됐습니다. 한국 물가가 캐나다보다 싸니 매일 한 잔 사 마셔도 돈이 너무 빠져나가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무시할 금액는 아니었습니다).

다양한 커피집과 카페에서 찍은 8장의 사진

위는 2주간 마실 때 찍었던 커피 사진들입니다. 이것만으로도 어마어마한 양이지만 진짜로 마셨던 양의 절반밖에 안 됩니다. 요점은 한국에는 커피 가게가 너무 많다는 겁니다. 제 호텔 앞에 있는 사거리에서 아래와 같은 행동을 딱 한 개라도 하면 스타벅스가 나옵니다.

스타벅스를 피하는게 정말로 불가능합니다, 너무 터무니없어서 글로 표현을 못 할 정도입니다. 다음에 한국에 갈 때 호텔 로비에 스타벅스가 들어와 있어도 놀랄게 없겠습니다.

오타쿠의 (작은) 성지

떠나기 전 날에 홍대에 갔습니다. 워낙 유명한 장소인데도 저는 간 적이 없거나 기억이 안 납니다. 어찌됬든, 왜 홍대가 인기 있는지 알게 됐습니다. 젊은 사람들이 넘쳐나는 도시 속의 작은 마을 같았습니다. 발견한 가게들 중의 하나가 에니메이트였습니다. 이름이 암시하듯이, 일본만화에 관련된 제품을 판매합니다. 제법 다양한 상품들을 판매 하는데, 주로 대중적인 것들만 보였습니다. 이걸 보고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한국에도 큰 만화/에니 상품 파는 가게들이 있나?

없을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일본이 비행기로 2시간만 떨어져 있고 한국에도 오타쿠가 존재하잖아요. 가게를 찾으려고 잠깐 검색 했더니 국내전자센터를 발견했습니다. 8층까지는 전자제품을 판매하지만 9층은 색달랐습니다.

국내전자센터 9층의 일본만화 제품 파는 가게들

북미에 사는 사람으로서 이런 관경을 보니 압도됐습니다. 완전히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피규어 박스로 구성된 고층건물들로 채워진 가게들이 있었습니다. 너무나 압도되가지고 한참 동안 둘러보면서 걷기만 했습니다. 돈을 펄펄 쓸거라고 생각했는데 넘쳐나는 상품 때문에 곧바로 분석마비에 걸렸습니다.

결국은, 마비되고 몇 시간이 지나서 피규어를 하나 구입 했습니다. 이 일이 ‘에니 피규어는 깐깐히 하세요’1 블로그의 영감이 됐습니다. 국내전자센터의 작은 성지를 경험하고 나온 소감은 ‘꼭 일본으로 가야겠다’ 였습니다. 한국에서 이런 건물을 찾을 수 있다면 본토에는 뭘 발견할지 상상이 안 갑니다.

인천에서 로스 안젤레스에서 토론토로

인천에서 로스 안젤레스행 항로, 그리고 토론토행 환승 항로
첫 번째 비행시간: 12시간. 둘 번쨰 비행시간: 4시간

로스 안젤레스

미국으로 날면서 A380의 2층에 처음으로 탑승했습니다. 1층과 그다지 다르지 않더라고요. 좌우에 기침하는 사람이 앉아서 오히려 나빴다고 볼 수 있죠… 다행이도 옮지 않았습니다. 미국에 도착하니 쇼크를 좀 받았습니다. 사람, 자연환경, 기후, 건물들이 다 여태까지 있던 도시들과 확 달랐습니다. 런던, 홍콩, 한국, 심지어 토론토와도 달랐습니다.

평균신장이 최소한 5cm 커졌고, 한 개의 언어가 아니고 다섯 개가 들렸습니다. 음식값이 아시아에 비해 폭등했고, 음식 종류도 달랐졌습니다 (과연 햄버거의 나라). 아시아와는 달리 같은 옷을 입고 있는 사람이 없었고 공항 바깥에는 바닥에 낙엽이 부는 대신에 야자나무가 하늘로 뻗고 있었습니다.

귀국

5월 여행 이후에도 느꼈지만 이번에도 느꼈습니다: 토론토는 어둡고 밀집하지 않은 도시입니다. 캐나다의 가장 인구가 높은 데인데도 런던과 서울의 외곽같습니다. 토론토에 도착해서 집으로 갈 때 유니언 피어슨 엑스프레스 (Union Pearson Express)를 탔습니다. 이건 공항과 도심의 가장 바쁜 지하철 역 중의 한 개를 연결 시켜주는 라이트 라이트레일입니다. 타는 동안에 밖을 바라봤는데 껌껌했습니다. 기차가 대부분의 시간을 도시 속에 지상에서 달렸는데도 가로등이 거의 없었습니다. 고층건물 숫자도 작고 가로등이 있는 도로도 어두웠습니다. 이런 면에서는 한국의 발전도가 부럽습니다.

결론

결국은 5월 여행처럼 이번에도 재밌게 놀다 귀국했습니다. 외국 여행은 귀하고 모험같이 느껴지니 런던과 홍콩도 (살짝) 들렸다 갈 수 있어서 아주 좋았습니다. 벌써 여행이 끝나서 좀 섭섭합니다, 아직도 런던행 비행기에 탑승하는 것을 기다리는 게 뚜렸하게 기억납니다. 멀지 않은 미래에 다시 해외 여행을 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보너스 사진

잔망루피 거대 조각상과 손가락 접촉

여의도 현대 백화점에서 찾았던 잔망루피 팝업 스토어 (아마도) 에서 찍었습니다. 왜 루피가 이런 꼴이 됐는지 알고 싶습니다. 이 사진을 프로필 사진으로 만들까 고려했다가 결국은 관뒀습니다.

잔망루피에 대한 사소한 비판점이 한 개 있습니다: 명칭. 한국어로는 지읒인 ‘잔망’ 으로 부르지만 영어에는 ‘Zanmang’ (/z/) 으로 번역 됐 있습니다. 왜 한국어에 존재하지 않는 소리로 번역 됐는지 이해가 안 갑니다.